그녀는 불길 같은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라세오날이 축복한다. 너희들은 한없이 서로를 증오하라. 아낌없이 서로에게 죄를 지어라. 대담하게 서로를 죽여라."
뜻밖의 말에 놀란 사람들 가운데서 파라말 아이솔이 헐떡였다.
"역겨운……"
이라세오날이 노호했다.
"너로써 너를 저주한다! 어디서 역겹다고 말하느냐, 파라말 아이솔!"
파라말은 증오에 찬 눈으로 이라세오날을 바라보았다. 이라세오날이 말했다.
"규범보다 무의미한 것은 없다. 엄밀히 말해서 규칙은, 규범은, 윤리는 한계짓는 능력밖에 없다. 반짝거리기나 흐르기, 끓기를 금지하는 도덕이나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규칙과 규범과 윤리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그것들은 밖으로 나아가는 대신 안으로 한계짓는다. 죄를 저질러라! 증오하라! 죽여라! 규범을 무시하고 죄를 저지를 때 생은 장절한 날개를 펼치고 미답의 하늘로 날아간다! 그 하늘에서 너희들은 반짝거리고 흐르고 끓을 수 있다!"
파라말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 하늘에서…… 사람이…… 사라질 수도 있어."
이라세오날은 베일 것 같은 냉소를 머금었다.
"그렇다. 그리고 최대 600조가 죽을 수도 있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나는 그것을 막으려 했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대신 너희들이 서로 죽이는 것만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원하지 않았다! 나는 너희들을 더 견딜 수 없다. 꿈을 견딜 수 없다. 나의 아들을 오염시킨 너희들을 견딜 수 없다. 자유롭게 생을 누리고 모두 멸망해버려라!"
준렬한 저주에 사람들은 할말을 잃었다. 그러나 우거진 침묵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 대신 다른 것이 조용히, 퍽 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꿔 말하면, 너희 사람들은 600조의 개체가 죽을 때까지도 존재할 수 있다."
정우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놓쳤던 새장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인조새는 기이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것에 닿고 있었고, 인조새는 그 햇빛에 의지하여 말을 하고 있었다. 정우가 말했다.
"새님?"
용과 사람이 침묵한 가운데 인조새가 끽끽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사람의 힘이다. 너희들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멸망을, 후손에게 저지르는 죄를,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낭비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라. 무엇이 그리 급하고, 무엇이 그리 두렵고, 무엇이 그리 슬픈가? 너희들은 강하다. 600조의 개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찬사로 받아들여야 한다. 너희들의 힘에 바치는."
인조새가 부리를 닫았다. 그 겉모습에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리고 정우는 그것이 완전히 부서졌음을 깨달았다. 정우는 어느새 흐른 눈물을 닦으며 이라세오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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