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 이자율 상품 & 시장 제도

국내 채권ETF 시장 단상 2024.03

2024. 3. 10. 13:41

업계 이야기라 늘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이미 기사로도 많이 난 부분들이라 조금은 이야기해도 괜찮지 싶다.

한국 채권ETF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2021년 이후 급격한 글로벌 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채권형 ETF에 대한 기관과 개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각 운용사들에서 경쟁적으로 라인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미미했던 전체 채권형ETF 수탁고가 주식형ETF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제는 해볼 만한 라인업의 대부분은 나왔다고 본다.

여기서 채권형ETF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상품의 편리성 등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장세는 유지될 수 있긴 하지만, 최근 2년간 보인 속도는 어려울 것이다.

1. 우선 신상품 개발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채권형ETF는 주식형 대비 차별화가 어렵다. 섹터,만기로 세분화가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종목간의 차이가 미세하고 전반적인 상관계수가 높다보니 주식ETF 수준의 컨셉을 잡는게 어렵다. 어떻게든 섹터-만기 특화 상품을 만들어볼 순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엔 유동성이 부족한 섹터-만기 조건에 부합하는 특정 채권을 꾸준히 담아야 한다는게 운용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해볼만 라인업은 다 나온 상황에서 추가로 라인업을 만들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신상품 개발의 활로라고 한다면 파생 상품과 해외 프로덕트를 담는 ETF를 만드는 것인데.. 파생상품을 활용한 ETF는 일반적으로 대형 기관 수익자 입장에서는 꺼려한다. 물론 KOFR,CD형 상품은  압도적인 수탁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익 기관들과의 '교감'이 잘 되어 있고, 또 목표 금리가 단기 쪽이다 보니 비교적 리스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초장기커버드콜 같은 건 이런저런 제약을 뚫고 인기를 끌고 있긴 하다.

해외 채권을 담는 ETF가 앞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국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건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하고 절차도 두 세번 이상 꼬이는 점이 많아 오퍼레이션 부담이 크다.

2. 금리가 기조적으로 하락하면 개인들의 관심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연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기존에 들어와있는게 어느 정도 유지는 되겠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추가로 들어올 유인이 낮다. 기관들은 어쨌든 계속 기존의 투자수단을 ETF로 조금씩 바꾸려할 것으로 보여, 성장세가 유지될 수는 있을 것 같다. 계속 바꾸면 또 그 나름의 문제가 생기긴 하고, 또 ETF형태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채권 needs도 있긴 하다.

3.ETF 수수료가 매우 낮다.
초대형사가 아니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입 대비 남는게 적다. 대략적으로 평균보수가 6bp정도니 1조원이 있어야 1년에 6억을 번다. 운용팀, 영업팀, 마케팅팀 인건비만 해도 6억이 넘을 수 있다. 그러니 수십조는 있어야 그럭저럭 돈이 된다는 느낌인데, 이 정도 되는 운용사는 두 군데밖에 없다. 완전경쟁에 가까운 ETF시장에서 보수가 높아질 길은 없다. ETF판매사 입장에서도 떨어지는게 적은 점이 판매 유인을 낮추는 점이다.

운용 규제 측면이나 ETF세제 측면의 변화가 있다면 좀 더 희망적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건 없다.

운용사 입장과는 별개로 LP들한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만큼 몇 년간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TF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기관 입장에서도 수수료도 낮고 좀 더 투명한(정확히는 투명해보이는) ETF를 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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