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용어로 장생은 패의 일종을 말합니다. 자살패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장생이 나타날 경우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영원히 판이 끝나지 않기에 무승부 처리합니다.
"모든 승부가 그렇듯이 결국 바둑도 이기기 위해 두는 것입니다. 저는 승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승부에 임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승리도, 패배도 이기려고 노력한 후에 얻는 것이 가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한 패배자에게도 승리자에게 보내는 것과 똑같은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승리나 패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둔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비기는 것이 왜 칭송받아야 하는 겁니까? 비기는 것도 이기거나 지는 것과 똑같은 승부의 결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비김은 승이나 패와 똑같은 대접만 받으면 충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기는 것을 화국(和局)이라 부르며 승리나 패배보다 더 귀한 무엇인 양 대하는 태도의 이면에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짐짓 깔보는 천박한 엄숙주의, 순수주의가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습니다. 이기려는 마음을 깔본다면 그것은 이기기 위해 두는 바둑 그 자체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비김이 승이나 패와 마찬가지로 승부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묻자꾸나. 이기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냐?"
"이기기 위해서요? 갈고 닦은 기술, 투지와 집중력, 자제력……"
"이기기 위해서는 이길 상대가 필요하다."
제자가 침묵했다. 스승이 담담하게 말했다.
"상대가 있어야 계속 이기려 할 수 있지 않느냐. 화국이 칭송 받는 것은, 우리가 이기려는 마음을 마음껏 펼쳐 보여도 바둑판 너머에 있는 또다른 우리를 멸종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을 그것이 주기 때문이다. 화국은 바둑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보장한다." - 화국에 대한 어느 스승과 제자의 대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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