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기록 & 마켓뷰

2023.01.10 마켓 뷰

2023. 1. 11. 02:37

경기침체에 대한 뷰를 다소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매크로 지표들의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고, 확신을 갖고 베팅을 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

1.미국 경기 침체 시기는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컨퍼런스 경기 선행지수만 보면 3월 정도가 경기침체 시작이겠지만, '23년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현 시점에서는 좀 더 높다고 판단한다.
또한 나쁘지 않은 경기가 지속되고, 노동 임금 상승률이 더디게 떨어진다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3~4%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22년과 같은 주식, 채권 약세장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다.

2.나는 선행지표들의 악화를 침체 베팅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선행지표와 후행지표 간의 lag는 과거 사례보다 길어질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보강된 가계 금융 여건)과 타이트해진 미국 노동 시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 체력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ISM PMI나 미시건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심리 지표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은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 지표를 악화시켰으나, 그와 별개로 하드데이터인 GDP나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은 그렇게 빠르게 악화되지 않고 있다. (cf. 한국 수출은 실제로 급감하고는 있다)
경기에 가장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택 시장 지표는 실제 경기 전반에 파급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008년 사례에서는 주택 시장 지표 악화가 실제 대형 경기침체로 이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년 이상)

3.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미국 실질 가처분 소득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 매크로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중국 경기 반등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수요도 회복될 것이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과 엇박자로 움직이는 중국 경기 사이클은 올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4.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건전한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이러한 비율의 영향이 금융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이 때까지는 미약했으며 중장기적인 투자 시계 상에서의 함의만 있을 뿐이다.
'22년 초에 여름 쯤이면 미국 저축이 다 떨어져 소비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나도 회사에서 이런 논지의 내용을 쓰기도 했었다) 현재 미국 가계 저축은 낮아졌지만 가계 소비는 그렇게 빠르게 둔화되지 않고 있다. 내 추측으로는 가계 자산이 코로나 이전 대비 여전히 높아 소비를 지탱할 수 있을 것같다.

저축은 가계 자산 대비 그 규모 매우 적고 유의미한 지표인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미국 가계 자산 규모가 장기 추세선 대비 여전히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가계 소비가 빚으로 충당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2년 미국 은행의 가계 대출은 빠르게 증가했고, 은행 대출 여건이 타이트해짐과 동시에 연말부터는 대출 증가율도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가계 부채 연체율은 점진적인 상승 추세에 있으나, 아직 위험한 레벨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5.재고 증가는 경기 둔화의 증거지만, 코로나 이후 공급망 병목이 극심해 재고 부족이 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 증가는 정상적인 수준으로의 회귀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마이클 버리는 '22년 크리스마스 쯤이면 재고가 넘쳐나서 연준이 피벗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6.그렇다고 경기침체 자체가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주택 경기 악화, 전례없는 급격한 금리 인상, 여타 악화되는 기업 & 가계 심리가 결국에는 가볍지 않은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경기침체 시기가 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 시장과 공장가동율, 기업 부도율 등의 지표는 침체 직전에 flat한 상태가 유지된다. 지금이 그렇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flat할 것인가인데, 이는 각 경기 사이클마다 다르기에 뚜렷한 답은 없다.

이자율에 민감한 주택 산업, 어닝 악화에 민감한 빅테크 기업의 약세가 다른 여타 산업 분야, 전반적인 가계 소비 둔화까지 이어지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과도한 경기 침체 베팅은 현 시점에서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ex 채권 장기채 long)

7.경기침체가 없다면 연준이 경기침체가 올 때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단순히 헤드라인 CPI가 떨어지는 것을 넘어 노동 임금 상승률이 높은 상태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실업률을 올려 경기침체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8.연준 금리 5.0%이상에서 '23년 내내 유지할 것이라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블러핑일까? 나는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

'22년초부터 채권 시장은 연준의 말을 믿지 않고 블러핑이라 보았다가 피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연준의 피벗 조건은 점점 더 타이트해지고 있다. 시장은 '22년 연초에는 3.5%도 너무 높은 금리라고 했고, 향후 경기를 생각하면 인상은 멈출 거라고 기대했다. 그 다음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으니 이제는 더 안올릴 것이라 했다. 그 다음에는 국채 시장 유동성이 문제가 되니 멈출 수도 있을 것이라 했다. 그 모든 기대를 넘어서 아직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나는 '22년 11월에는 연준이 금리를 4.75%까지 (혹은 그 이상) 올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경기 둔화 추세가 가시화되고 있었으며, 급격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없었던 시기에 연준은 대략 이쯤에서 (ISM PMI가 50 하회한 시점 전후 수개월) 멈추고는 했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도 오일쇼크 시기처럼 고착화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4.75% 이상 발언들은 금융 시장이 지나치게 완화적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겁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제가 버텨주는 한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멈출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경기나 금융시장 유동성이 향후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면 멈출 것이고,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철저히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다. 지금의 연준은 표면적으로는 뒷 쪽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러핑이라고 하기에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 수위가 너무 높다. 허풍을 크게 하는게 블러핑의 정석일 수도 있고,  여기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9.결국 실업률이 오를 때까지는 주식 매수를 보류한다.단기적으로는 골디락스처럼 보일 수도 있고 랠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없고 물가가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역시 고금리가 유지되며 주식 멀티플을 추가로 압박할 수도 있다.당분간 (1~2분기) 경기침체가 없더라도 어닝의 악화는 지속될 것이다. 만약 경기침체가 기대보다 빠른 시일 안에 가시화될 수도 있다.

경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4~5%의 단기금리가 지속된다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한 주식을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