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당히 밥벌이만 하며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베팅의 스릴이나 수익의 짜릿함을 딱히 원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은 막대한 수익에 따른 도파민보다는 투자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는 왜 투자를 하는가?
한 가지 이유는 투자의 로직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에 따르는 수많은 불확실성들 속에서 활로를 찾아 나아가는 과정은 미학적인 구석이 있다. 그 누구도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완벽히 알지 못한다. 수없이 많은 관점들, 욕망들이 모여 단 하나의 가격을 형성한다. 가격의 궤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시장을 가늠하고, 재단하여 이어붙여 그림을 그려낸다.
돌이켜 본다면 과거 시장의 움직임을 아주 정밀하게 쪼개는 것도 가능하다. 크게는 어떤 흐름이 있었노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의 실행 순간에서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직 시장에 대한 옅은 인상을 화폭에 거칠게 담아내는 작업만 가능할 뿐이다. 일의적인 가격의 그림자에 무수한 밑그림들이 녹아있다.
나는 다만 세상이 온갖 소음과 신호로 가득차고 사람들의 욕망이 이지러지고, 그리고 비로소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할 때, 시장과 함께 춤을 추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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