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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8 채권과 경기에 대한 노트

2022. 12. 28. 21:11

지난 두어달간 채권에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다. 미걱 CPI 예상 하회 두 번에 급격한 강세가 실현되며 가격 매력이 너무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BOJ YCC 정책 변화 이후 장기채 금리가 꽤 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매수 진입하기에는 애매한 듯 하다.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되지만 않는다면 여기서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을 거라 보는 사람들이 꽤 많고,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미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게 되었다고 판단하며, 앞으로 그렇게 빠르게 하락할 것 같지도 않다. 어림잡아 4% 수준의 미국 인플레이션이 수 개월 지속될 수 있다. 경기침체 강도가 높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과거 오일쇼크시기와 같이 경기침체와 고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공존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어쨌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덜어내고 몇 주 전부터 시장은 경기침체 재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0월달에 미국 장단기 역전은 역사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아마 80bp 정도 였던것 같다) 앞으로 경기 동행 지표들이 생각보다 잘 나와준다면 채권 강세 시도는 그 때 마다 주춤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경기 악화의 모멘텀이 강해지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를 더욱 약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실업률 상승과 장단기 역전 해소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주식 시장의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높다.

나는 미국 경기침체가 없을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재 상황은 경기 선행지표(장단기 역전, PMI, 한국 수출증가율, 주택시장지수 등)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동행지표(분류하기 약간 모호하지만 소매판매, 재고 판매비, 산업생산, 내구재 수주 등)는 그보다는 느린 속도로 나빠지거나 그럭저럭 버티고 있으며, 후행지표(실업률, 기업 부도율, 연체율, 인플레이션 등)는  견조한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썩 괜찮은 동행지표와 후행지표를 보고 경기침체 공포가 과도하다고 말한다. 물론 금융 자산 가격 너무 앞서 반영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는 올 것이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때 주식이 하락하지 않은 적은 미국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사례를 봐도 극히 드물다. 이러한 선행-동행-후행 지표 간의 배열이야 말로 매크로 투자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노동 시장, 연체율 등을 비롯한 후행 지표가 언제 악화되기 시작할 지 정확한 타이밍을 알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사이클의 경우 전례없는 유동성이 이전에 급격하게 공급되었던 점, 역사적으로도 드문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악화 시점은 내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전에 실업률, 공장 가동률 등은 flat한 상태에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며 , 2022년 현재도 그러하다. 그리고  한 번 지표가 악화되기 시작되면 경기 침체의 모멘텀은 그동안의 속도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강해진다.


2023.1월  경기에 대한 뷰를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