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을 짜기 위해서는 씨실과 날실을 베틀에 번갈아 엮어가야한다. 철학이나 문학에서는 천(text)을 짜나가는 과정에 대한 비유가 참 많은데, 사실 사람들이 모여하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직장에서의 역할은 투자 수익을 내는게 전부였다. 어떻게든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담대함, 경험에서 쌓인 기예를 토대로 시장을 넘어서는 수익을 내는 것, 그 이상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듯 연차가 찰수록 영업, 네트워킹, 상품들의 수요와 공급 채널에 대한 이해, 조직 내부 및 외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점차 느끼고 있다. 그런 부분에 그다지 뛰어난 점이 없다는 걸 알고는 있으나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궁색맞은 고민의 결론은 일단은 사람간의 정서적인 교감, 신뢰를 쌓는 일은 뒤로하고, 시장의 생리와 구조를 지식적으로 '이해'하겠다는 백면서생같은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최근에나 전에 간간히 시장 구조, 법 내용을 포스팅했던 것은 이런 맥락의 소소한 작업들이었다.
나랑은 당장 관련도 없는 사안들도 많거니와 원래의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썩 흥이 나는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씩 이해한 바를 짜맞추면서 더 나은 직업인이 된다는 만족감은 있다. 그 끝에 내가 씨실에서 날실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베틀이 될지, 아니면 이도저도 못되고 또 다른 천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될지는 늘 그렇듯 뿌연 미래의 갈림길에 놓여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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