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에 경기침체 공포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유가와 구리 가격 하락과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급락이 발생하고, 연이어 지역연준들의 PMI 지표도 예상을 하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미국 GDP, PCE, 소매판매도 예상을 소폭 하회했다. 주택착공건수가 감소했으며, 재고-판매비율도 슬금슬금 상승하고 있다. 내구재 주문은 개선된 흐름을 일부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 기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요 파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향후 미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금융 여건 악화 및 이자 부담 증가, 소비 악화, 나아가서는 실업률 상승으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채는 다음 논리로 급속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경제 체력 부담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
2.수요 파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금리 인상을 지속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
3.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글로벌 자금 유입 (달러화 강세, CDS 프리미엄 상승과 동행)
연말까지 미국 정책 금리의 향방은 어떻게 될지 현재 의견이 갈린다. 특히 연준의 피벗(Pivot) 여부가 제일 중요할 텐데, 시장은 분명히 경기침체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피벗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해 3.50%를 말하는 편으로 보인다. 월가의 대가들은 생각이 엇갈린다. 나는 피벗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양 쪽 로직 다 일리가 있어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았다.
1. 피벗 가능하다는 입장 근거
-앞서 적었듯 수요 감소, 나아가서는 경기 침체가 일어난다면 당연히 인플레이션 압력도 줄어든다. Recession 중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었던 적은 거의 없다.
-실업률만 빼면 실질적으로 이미 리세션의 초입에 있다. 파월 의장이 리세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경기침체가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자산 가격은 감소하는 한편 저축률은 이미 굉장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비 여력이 제한될 것이다.
-이미 화폐량(m2)이 줄어드는 추세이며 화폐적인 인플레이션이 감소할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한 풀 꺾였고, 공급-생산 미스매치가 점차 완화될 것이다.
-미 중간선거를 두고 연준이 주가와 경제에 충격을 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의 압박)
-연준은 2018년 즈음에 점도표로는 금리 인상할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금리 인하를 한 전례가 있다. 연준은 적당한 명분이 있으면 말을 바꾼다. ( 파월은 계속 data dependent, as long as incoming data supports 등의 멘트로 변화의 여지를 늘 두고 있다.)
-볼커 시기에 비해 정책금리가 금융 시장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전달 속도가 빨라져 긴축 스탠스의 부담이 더 크다.
2.피벗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 근거
-파월은 지난 FOMC에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물가 대응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무조건적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기 쉽지 않다. (액면 그대로 믿을 것인지는 의심의 여지는 있다)
-연준은 이미 인플레이션 통제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당분간은 비둘기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하고 실업률은 최저 수준이다.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이다.
-경제가 (연준 입장에선) 양호할 때 금리를 올려놓아야 차후에 금리 인하할 room을 확보할 수 있다.
-연준은 오일쇼크 때의 경험을 근거로 행동할 것이다. 당시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해 10년 동안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대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리세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된 경험이 있다.
-의장 재선 후 파월은 바이든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다.
-국제 정치 문제, 기후 변화 고려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가격 불확실성이 높다.
-주거비OER은 그동안 상승한 주택가격에 후행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CPI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리오프닝에 따른 서비스 지출, 여행 지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급속한 경기 침체 배제시) YOY 기준으로 연말 CPI가 6~7%대로 나올 확률이 높으며 이는 여전히 높은 헤드라인 수치이다.
기대인플레이션, 실업률이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라 판단한다.
채권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현재 기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그렇지 못하다. 수요 파괴에 따른 인플레이션 진정을 기대하기보다는 1년간 급속하게 오른 외식비, 기름값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이미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말하고 뉴스에서도 연일 인플레이션 뉴스가 나온다. 보통 사람들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언급하지 않을 정도는 되야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4.0%에는 적어도 근접해야 하지 않을까? 당장 연말에 6~7%가 나온다면 4.0%도 사실 모자란 수치이다. 물론 장기적인 하향세를 고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어 내년에도 4%안팎이 나올 수도 있다.
경기 선행 지표들의 악화는 명확하지만 연준의 행동 근거는 실업률일 것으로 본다. 실업률 4.0%이상에서 피벗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며, 4.5%수준 이상부터 실제 연준의 멘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수많은 변수들이 빠른 속도로 바뀌며 전망을 짜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실업률이 언제 상승할지, 수요 파괴가 어느 정도 속도로 나타날지,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될지, 인플레이션값이 어떻게 될지 등 많은 부분들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더 많은 현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변동성을 줄이려 한다.
2022-07-04
향후 파월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 흥미롭다. 인플레이션 통제와 경제 성장 중 하나를 무조건적으로 포기해야하는 지옥의 이지선다 속에서 어떤 선지를 고를까?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침체 때문에 급속히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수도 있고, 금리를 내렸다가 자생력을 갖게 된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이 때까지 파월 의장은 실질 금리를 낮게 유지해왔고 경기 침체 앞에서 과연 입장이 바뀌지 않을 수 있을까.
2018년말을 보면 점도표는 미래 더 높은 정책금리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9년에 금리 인하가 이루어졌고, 시장은 2019년 중반부터 정책금리를 하회하는 2년 금리로 반응했다.
다만 이번에는 경제 regime 자체가 변화한 것일 수도 있으며, 강도높은 단어 선택으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표명한 만큼 과거만큼 쉽게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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