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노트 & 투자 아이디어/채권

현대 경제의 신용창조, 영국은행 ( Money creation in the modern economy, 2014)

2023. 6. 3. 23:53

https://www.bankofengland.co.uk/-/media/boe/files/quarterly-bulletin/2014/money-creation-in-the-modern-economy.pdf


요약

-현대 경제의 신용창조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은행은 단순히 자금을 중개하거나 기계적으로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를 확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상업은행은 스스로 화폐를 창조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조정함으로써 화폐 총량을 조절한다.

-양적완화는 은행 자산 중 지준을 증가시킨다. (거래의 일환으로 은행은 다른 자산을 중앙은행에 판다) 이후 은행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지준을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갖는 자산에 투자한다. 


1. 신용 창조에 대한 잘못된 생각 2가지

1)은행은 단순히 예금자와 대부자 간의  자금 중개 역할을 한다- 아니다.

-개인이 더 많은 저축을 은행에 넣어도, 은행이 대출을 더 늘리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대출은 지준의 양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그보다는 지준의 가격인 이자율에 의해 제한된다. 그리고 이러한 은행의 자율적인 대출 결정에 의해 신용창조가 이뤄진다.

2)중앙은행이 경제의 대출과 예금 총량을 결정한다-아니다.

-현대 중앙은행은 대체로 지준의 양을 조절하기보다는 지준의 가격인 이자율을 통제한다.

-은행의 대출이 지준을 창조하고, 은행의 지준이 중앙은행의 지준을 결정한다. 


Fig1.

2.은행이 대출을 할 때 동시에 예금이 창조된다.

-(BOE의 경우)  반복하여 말하자면 중앙은행 지준이 예금 총량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거꾸로 상업은행이 필요한 만큼의 지준을 중앙은행이 조절하여 제공한다. 

-즉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공급량을 조절하여 예금 총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준은 은행 간에서만 거래 가능하다.

(*주: 예금과 지준, 현금을 구분해야 한다. 예금deposit은 상업 은행이 창조해낸 은행 부채로써의 화폐, 지준reserve은 중앙은행이 창조한 중앙은행 부채로써의 화폐, 현금currency or cash은 우리가 아는 종이 지폐 및 동전  ) 

-예금 창조 및 파괴의 다른 방법들:

1)대출자가 대출 갚으면 예금이 파괴된다.

대출 생성 및 상환이 현대의 예금 흐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은행이 다른 자산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예금이 변화한다.

예를 들어 국채 매매를 생각해보자. 은행은 유동성이 좋은 국채를 보유하여, 향후 예금 인출 요구가 있을 때 신속하게 지준으로 바꿀 수 있다. 은행이 국채를 살 때 지준이 파괴된다. (중앙은행으로 흡수됨)

은행이 비은행 주체로부터 국채를 사면,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는 국채와 예금이 동시에 증가한다. (예금 창조)  소비자의 자산에서 국채는 예금으로 대체된다. 

3)예금은 (은행의) 장기채나 주식 발행으로 파괴될 수 있다.

은행은 대차대조표 상 장기 부채(liabilities)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 규제 요건 충족이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비예금 부채들은 가계나 기업의 은행에 대한 장기 시계의 투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예금만큼 쉽게 현금화될 수 없다. (cannot be exchanged for currency as easily as deposit) 따라서 은행 장기채는 resilience에 도움이 된다. 

은행 장기채를 사는 투자자들은 대가로 예금을 지불한다. 은행 대차대조표 상에서는 예금이 장기부채로 변환되는 것으로, 예금이 파괴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4) 은행의 자산 매매, 장기채 및 주식 발행은 은행 대출과 예금 간의 괴리를 만들 수 있다. (이들이 없다면 은행 대출 = 새롭게 창조되는 예금이다 )

한편 개방 경제에서는 국내-해외 간의 예금 거래가 있거나, 예금을 다른 통화로 바꿀 수 있다.(가령 달러를 유로화로) 이 경우에는 예금이 파괴된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국내 통화량을 집계할 때는 제외될 수도 있다.  

 


Fig2.

3.신용창조의 한계

1)중앙은행이 설정하는 이자율이 신용창조의 한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MPC(통화정책위원회, 미국 연준이나 한국 금통위에 대응되는 주체로 보임)는  OMO를 통해 지준의 가격인 정책금리를 조절하고, 이는 다른 이자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반복하자면 중앙은행은 지준의 양을 통제하지 않으며, 대신 지준의 가격 통제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지준은 신용창조를 막지 못한다.

-지준+ 현금(currency )= 본원통화(base money)의 은행 수요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을 결정한다. 은행은 결제를 위해 지준을 필요로 한다. 중앙은행은 은행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한다. 

-물론 지준율 규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에서 지준율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

(주: 미국은 지준율이 0%로 의미가 없는게 맞는데, 한국 지준율 규제가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2)은행 스스로의 추가 대출 절제 : 추가 대출에 대한 한계 수익이 낮아짐에 따라 신용 창조 한계가 부과된다. 

-a)은행은 자산-부채 간의 금리 스프레드로 수익을 얻는 것이 기본 사업 구조인데, 은행끼리 추가 대출 유치를 위해 대출(자산) 금리를 낮추며 경쟁하는 것엔 결국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대출 금리가 예금(부채) 금리보다 그다지 높지 않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Fig2에서 보듯 가계 및 사업자 간의 예금 거래에 따라 은행 지준 거래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특정 은행에서는 지준이 부족하게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지속적으로 신규 대출을 유치하여 지준을 확보하려 한다.  

*은행 간의 경쟁을 기본 전제로 설명했으나, 은행들이 동시에 대출을 늘리는 경우에는 신용 창조 제약이 약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예상하면 이런 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은행의 과도한 대출로 인한 금융위기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하나, 덜 위험한 환경 인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금융시스템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b)(예금) 유동성 리스크: 모든 부채가 예금이면  시에 모든 예금 인출이 발생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은행은 유동성 리스크를 감안하며 예금 규모를 조절해야 하고, 이에 따라 대출 규모 역시 제한될 수 있다.

또는 은행은 앞서 서술한 것처럼 장기부채 및 주식을 발행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c)대출의 크레딧 리스크: 모든 대출은 채무 불이행 위험을 내포한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대출의 양을 늘릴 수록 대출의 기대 수익률이 악화된다. 

3)유동성 리스크 및 크레딧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꼭 대출을 자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은행의 대출, 자본 등에 대한 정부 규제가 있어 은행의 신용창조 능력을 제한한다.

4)(비은행 주체인) 가계와 사업체의 행동 방식 :  가계나 사업체가 대출을 빠르게 상환하면 예금이 빠르게 파괴된다.

-토빈에 따르면 비은행 주체의 행위도 신용창조에 중요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a) (궁극적으로) 예금을 수취하는 주체가 이미 있는 대출을 상환하려 할 경우, 경제 내부의 예금은 대출 발생 전후 동일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면 한 청년이 모기지 대출을 받아 노인의 집을 사고, 노인은 받은 대금으로 원래 있던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있다. 

-b) 은행에 의한 신용창조가 경제의 추가 소비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있다. 위의 예시에서 노인이 오래전에 이미 대출을 상환했다면, 결국 노인은 집을 판 대금이 추가되며 더 많은 예금을 들고 있게 된다. 노인은 이 예금으로 더 소비를 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은행의 신용창조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4.QE는 광의의 통화를 창조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정책금리를 더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은 QE로 경제를 부양하려 할 수 있다.

-QE는 공짜 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QE는 중앙은행이 형식적으로는 은행 자산을 매수하고 지준을 공급하는, 말하자면 은행 자산을 스왑하는 기능을 한다. 

-본문의 영국 사례에서는 중앙은행은 연금펀드(및 보험사)의 국채를 매수하며 QE를 진행했다. 실질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연금펀드 및 보험사 자산을 스왑시킨 것이나, 연금펀드는 중앙은행과 직접 거래를 할 수 없기에 은행 계좌로 거래한다.

은행은 연금펀드 국채를 중앙은행에 팔고 상응하는 지준을 받는다. 연금펀드는 지준에 상응하는 예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확장된다. 중앙은행은 지준을 창조해서 연금펀드 국채 매수 대금을 조달한다고 볼 수 있다. 

-QE는 은행 대차대조표를 확장시키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지준)이 증가한 만큼 부채(예금)도 증가하므로 "공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지준이 증가하더라도 은행은 지준을 대출해줄 수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지준은 은행 간 거래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의 주된 신용 창조 경로인 대출은 늘어난 지준의 양에 거의 영향받지 않는다. (주 : 화폐 승수가 QE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는 이유로 보인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더 많은 지준을 들고 있게 된 은행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위험자산을 매수할 유인이 있다. 이는 금융 자산 가격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